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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내로남불: 이중잣대의 심리학

by stonebe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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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이중잣대(double standard), 즉 동일한 상황에서도 대상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일명 ‘내로남불’로 불리는 이 현상은 개인의 일상부터 정치, 조직, 사회 전반에까지 퍼져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이 함정에 빠진다.

왜 우리는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할까? 이중잣대는 단순한 위선이 아니라, 인간 심리에 깊이 뿌리내린 자동적 반응이다. 이 글에서는 그 심리학적 원인과 실생활 예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중 잣대
이중 잣대

1. 인지 부조화와 자기합리화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심리적 불편함(인지 부조화)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합리화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지각한 본인은 “오늘 아침 유난히 차가 막혔어”라고 해명하지만, 동료가 지각하면 “저 사람은 늘 태도가 불성실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욕구와 타인의 행동을 단순화하려는 성향이 결합된 결과다.

2. 귀인 편향: 자기중심적 해석의 함정

귀인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은 상황 탓으로 돌리는 반면, 타인의 행동은 성격이나 인격의 문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 한다.

예시를 보자. 본인이 회식 자리에서 실수를 했을 때는 “피곤해서 그랬어”라고 말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동료가 실수하면 “원래 그 사람 성격이 그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석의 이중 기준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며, 반복될수록 자신과 타인 사이에 불필요한 심리적 거리감을 만든다.

3.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도덕적 면허란, 자신이 과거에 도덕적인 행동을 했다는 기억이 현재의 부도덕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심리다. 예를 들어, 평소 친절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배려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무례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덕적 행동은 때로는 자기중심적 관용의 허가증으로 작용한다. 반면, 타인은 이런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단순히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4. 집단 동일시와 편향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다. 정치적 지지, 학교, 지역, 심지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인사는 잘못을 저질러도 “언론이 과장한 거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라고 옹호하면서, 반대편 정치인의 작은 실수에는 “봐라, 역시 저런 사람이야”라고 몰아간다.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소속감이 판단을 좌우하는 구조다.

5. 이중잣대를 줄이기 위한 실천

이중잣대는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심리적 습관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점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 ‘역지사지’ 질문 던지기: 같은 상황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느꼈을지 자문해보자.
  • 감정 아닌 기준 중심 평가: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정해놓고,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자.
  • 비판 전, 자신 돌아보기: 타인을 비난하기 전,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었지?”를 떠올려보자.

역지사지
역지사지

마무리하며: 기준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

‘내로남불’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우리 안의 무의식적 심리 구조를 반영하는 신호다. 타인에 대한 엄격함과 자신에 대한 관대함 사이의 간극을 줄일 때, 우리는 비로소 더 성숙한 판단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기준은 자신을 포함할 때에만 비로소 진정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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