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창의성을 긍정적인 자질로만 생각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독창적인 사고, 문제 해결 능력 등 창의적인 사람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창의성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 사고는 때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1. 창의성, 범죄와 악의의 도구가 되다
창의적이라는 능력 자체는 중립적이다. 문제는 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사기, 해킹, 조작, 허위 정보 제작 등에는 고도의 창의력이 동원된다. 실제로 사이버 범죄를 기획한 인물들이 일반적인 프로그래머보다 더 높은 창의성을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 피싱 사기에서 수신자의 행동 심리를 파악하고,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위장 메일을 설계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심리적 창의력의 산물이다.
2. 창의성과 정신 건강의 이면
여러 연구에서 창의성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가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특히 양극성 장애, 우울증, 강박증과 같은 질환을 앓는 이들 중 상당수가 예술, 문학, 과학 등 창의적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문제는 이러한 창의성이 불안정한 정서 상태와 결합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밤샘 작업 중 떠오른 아이디어에 집착해 생활 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리거나,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과하게 상상해 과도한 불안과 자책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3. 자기기만과 창의적 합리화
창의성은 종종 자기기만(self-deception)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 정도 거짓말은 모두가 하니까", "결국 좋은 결과를 위한 과정일 뿐이야" 같은 생각들은 창의적 사고에 기반한 합리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실수를 은폐하면서 이를 ‘팀 전체를 위한 선택’이라고 포장하거나, 타인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면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행동은 창의성을 방패로 한 윤리적 왜곡이다.
4. 창의성과 파괴적 행동
일반적으로 창의적인 사람은 기존의 질서와 관행에 도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특성은 혁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로 나타날 때는 갈등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며 상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신입 사원, 또는 틀에 박힌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다 규칙을 아예 따르지 않는 학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건설적인 반항</strong이 아닌 파괴적 독창성은 공동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5. 창의성은 통제 속에서 빛난다
창의성은 칼날과 같다. 잘 쓰면 혁신의 도구가 되지만, 잘못 쓰면 자신과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윤리적 기준, 감정 조절, 사회적 책임감을 함께 갖춘 창의성이 중요하다.
- 윤리적 검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전, 그 결과가 타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자문해보자.
- 정서적 자각: 창의적 아이디어가 감정에서 비롯된 경우, 그 감정의 상태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협업의 중요성: 개인의 창의성을 검증하고 보완해줄 타인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창의성에도 그림자는 존재한다
우리는 창의성을 이상화하고 칭송하지만, 그 속에는 감춰진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시하고 관리하는 태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세상을 위한 건강한 힘으로 전환하는 것은 훈련과 통찰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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