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쓸신잡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성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지록위마

by stonebe 2024. 8. 15.
반응형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그의 이름은 '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서 펴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거주하며, 지나가는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쇠침대에 눕혔습니다. 이 침대는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고, 침대보다 사람이 짧으면 다리를 늘리고, 길면 다리를 잘라 죽였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이러한 악행은 결국 테세우스에 의해 종지부를 찍습니다. 테세우스는 그를 잡아 그의 침대에 눕히고, 동일한 방식으로 프로크루스테스의 머리와 다리를 잘라 죽였습니다.

 

이 신화에서 유래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융통성 없는 사고방식, 자신만의 기준에 남을 억지로 맞추려는 태도를 의미하는 관용구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비판하거나 억지로 고치려는 고집스런 인간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중심적인 탐욕으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남을 비판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또한, 고사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유사한 교훈을 줍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반란을 계획한 조고는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이것은 말(馬)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황제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알고 있군요,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니요"라며 신하들에게 물었을 때, 일부 신하는 침묵하고, 일부는 말이라고 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사슴이라고 답했습니다. 조고는 사슴이라 답한 신하들을 제거하며 자신의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지록위마1

 

이 고사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남을 강제로 인정하게 하거나, 잘못된 것을 우겨서 남을 속이려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마주하는 일방적인 주장과 폭력을 연상시킵니다.

우리는 종종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틀렸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어, 내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르다'는 단순히 비교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않음을 의미하며, '틀리다'는 사실이 맞지 않거나 잘못된 것을 뜻합니다. 상대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면 "당신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격 또한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일 뿐입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듯이, 성격도 각기 다릅니다. 따라서 "내 성격은 맞고, 상대의 성격은 틀렸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성격을 고치려던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존중되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반면,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언론이 통제되고 인권이 억압되는 사회일수록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군대와 같은 조직에서나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내 생각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는 명령을 지켜야 하고 지시에 따라야만 합니다. 반면,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교육에서 토론 방식을 중요시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옳고 그름만 존재할 뿐, 다름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상대가 좋으면 꼬리를 내리고 싫으면 꼬리를 올리지만, 개는 반대의 행동을 합니다. 고양이와 개가 만나 서로의 방식으로 호감을 표현하면 오히려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둘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다르듯, 사람들도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응형